얼마 전 동화책을 읽다가 아이가 물었다. "엄마, 동물은 생각을 못하지? 말도 못 하고?"
아, 얼마 전까지만해도 인간은 동물들이 말도 못하고 지능도 인간보다 훨씬 못하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동물들끼리는 물론이고 식물들끼리 나름의 의사소통을 한다고 한다. 지능 또한 인간의 잣대에 비하면 떨어진다고 하겠지만 인간은 갖고 있지 않은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단순하게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다. 몇 해 전 발생한 쓰리랑카 쓰나미에서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야생보호구역이 초토화되었지만, 죽은 동물은 토끼 한 마리 발견되지 않았다는 뉴스를 보고 놀란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니겠지.
우리가 모르는 동물의 세계가 정말 궁금하다. 동물들은 인간과 다른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무슨 재미로 살까? 사실 동물들이 자연재해에서 대피하는 능력은 본능에 충실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쥐가 꿈을 꾸고 생쥐가 낄낄낄 웃는다고? 정말 상상이 안 되는 일이지만 책을 읽다보면 더 신기한 일도 많이 볼 수 있다. 생쥐나 시궁쥐는 실험 상자 속에서 사람이 손으로 간질이면 킥킥거리며 다시 간질여달라고 사람 손을 따라다닌다고 한다. 아무 의미도 모르고 그저 사람이 시키는대로 따라하기만 하는 줄 알았던 앵무새, 적절하게 상황에 맞는 말을 할 줄 알고 심지어는 비꼬아서 말하고 농담도 한다니!
책은 크게 감각, 생존, 사회화 -이렇게 3가지 부분으로 나뉘어있는데, 그중에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사회화였다. 위에 소개한 동물들의 재미난 능력들도 모두 이 부분에 소개된 것이다. 그 중에서도 동물들의 사랑에 대한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을인 수컷이 갑인 수컷을 도와 듀엣으로 춤을 추며 갑인 수컷의 짝짓기를 돕는 코스타리카 긴꼬리 무희새 이야기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동물세계에도 갑과 을이 있다는 사실이 좀 짠하기도 하고, 인간세상의 그것과 닮은 것 같아 기막히기도 하고..암튼그 밖에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한가득이니 동물과 곤충에 관심이 있고 그들의 세상이 궁금한 사람에게 이 책은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우리의 상상력을 훨씬 뛰어넘는 동물의 세계
이 책은 수많은 과학자들이 동물들의 삶의 비밀과 그들의 뇌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밝혀내기 위해 양자역학적 수준에서부터 분자와 세포, 그리고 실제 행동에 이르기까지 끈질기게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신경심리학과 신경동물학 분야의 권위자인 저자들은 동물들의 삶에서 인간의 전유물로 생각했던 정신적?행동적 특성들과 동물들이 교류하거나 위험에 처했을 때 서로 경고하며 협력하는 모습들 하나하나를 최신의 과학적 자료로 밝히고 있다. 저자들의 섬세한 안내에 따라 우리는 동물들의 비밀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뿐 아니라 노래하고 낄낄대는 박쥐를 비롯한 동물들의 삶을 통해 지금껏 상상하던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동물들의 뛰어난 능력은 사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여 길을 찾거나 다른 여러 가지 목적으로 활용하는 왕나비 같은 곤충과 물고기, 거북, 바다의 포유류, 박쥐 등 동물들의 신비한 능력이 어떻게 주위 환경과 소통하고 뇌와 신경계를 이용하는지는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수수께끼다.
또한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동물들이 인간처럼 감정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이타적인 행동과 자아 개념 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동물과 우리 인간의 관계가 수직적 형태가 아니라 좀 더 수평적임을 알 수 있다. 인간만이 생각하고 느끼고 노래하고 춤추고 웃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동물들이 그러한 능력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인간 본성’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며, 동물의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하면서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프롤로그|동물을 이해한다는 것의 의미
제1부 감각
1. 전기로 가득 찬 세계
2. 진동에 감사하다
3. 소리로 찾고 대화하다
4. 맛과 촉감
제2부 생존
5. 위험을 알리고 살아남기 위한 전략
6. 얼음개구리와 꿈
7. 바다와 육지에서 벌어지는 동물들의 마라톤
8. 스트레스
제3부 사회화
9. 재치와 계략 그리고 재미
10. 엿듣고 속이다
11. 박자에 맞춰 춤추고 노래하다
12. 구애, 결혼 그리고 사랑
에필로그|인간의 본성을 다시 생각하다
참고문헌
옮긴이의 글|놀랍고도 정교한 생명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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