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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삶이 만나는 글, 누드 글쓰기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누드 글쓰기>라는 제목부터 내 눈길을 강하게 끌었다. ‘몸과 삶이 만나는 글’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명리학에 입각하여 자기의 삶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글쓰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태어나면서 누구나 주어지는 사주(四柱), 그것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믿고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은 미신일 따름이라며 애써 무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그래도 사주가 자신의 삶과 굳게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를 가리키는 간지로 정해지는 사주는 네 개의 기둥으로 이뤄져 있어 사주(四柱)라고 하며, 하나의 기둥이 천간과 지지를 일컫는 두 개의 글자로 짜여져 모두 8개의 글자인‘팔자(八字)’라 지칭되기도 한다.흔히 ‘사주팔자’에 각자의 운명이 각인되어 있어, 그것을 풀어 자신의 운명을 예견하거나 때로는 개척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이른바 ‘명리학’이라고 한다. 나로서는 일견 수긍이 가기도 하지만, 당장 그러한 이론에 이끌릴 정도로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그동안 고미숙 선생의 명리학 관련 저작들에 대해서 흥미롭게 읽고 있었다. 나아가 이제는 자신의 사주를 통해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고,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객관화시킬 수 있을 때 새로운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자신의 삶을 객관화시켜 모든 것을 드러내는 글쓰기라는 의미에서 ‘누드 글쓰기’라고 명명했을 것이다.모두 6명의 필자가 참여한 이 책에서 고미숙과 안도균의 글에서는, 글쓰기를 통한 치유와 사주명리학에 대한 정리를 하는 등 총론적인 성격의 내용이 담겨있다. 흥미로운 것은 명리학의 용어로 자신의 사주에 각각 ‘비겁’/‘관성’/‘식상’/‘재성’이 과다한 이들의 글이 수록되어 있는 부분이었다. 아마도 사주가 특이하기 때문에 필자들은 다른 이들과는 달리 자신들이 특별한 삶의 행적을 드러내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자신의 사주를 비로소 알게 되면서 그동안의 자신의 삶에 대해서 나름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독자들에게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의 ‘누드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명리학에 어두운 나로서는 그들이 풀어내는 각자의 사주풀이와 삶의 행적에 그다지 큰 관심이 가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모든 글쓰기가 결국 자신을 드러내야만 좋은 글이라는 사실을 절감했을 따름이다. 나 역시 학생들에게 글쓰기 과제를 부여하면서 책을 단순히 요약하거나 일방적인 감상의 나열에 그치지 말고,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진지하게 담아내기를 강조하곤 한다. 글 속에 쓴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드러날 때, 읽는 사람이 공감하고 좋은 글이라 평가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글을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책의 필자들이 제시한 ‘누드 글쓰기’가 그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로부터 자신의 생각과 감성을 담아내는 글쓰기가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그래서 ‘누드 글쓰기’는 각자의삶과 생각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관점을 객관화시켜 논할 수 있는 글쓰기 방법이라 이해된다. 실제로 우리가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근거로 세상과 만나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다. 그것은 결국 자신과 자신의 생각을 객관화시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책 말미에 ‘사주 명리학 용어 풀이’가 첨부되어 있지만, 여전히 나는 사주와 명리학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하다. 또한 가까운 시일 내에 그것을 공부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자신을 드러내면서 스스로 객관화시키는 ‘누드 글쓰기’ 방식에 대해서는 다른 각도에서 유용한 의미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래서 ‘누드 글쓰기’를 ‘몸과 삶이 만나는 글’이라고 표현했을 것이라 이해된다.(차니)
미신 내지는 거리에 즐비한 사주카페로 소비되는 사주팔자 를 가지고 무려 자기구원 을 모토로 사주 글쓰기를 시도한 몸과 삶이 만나는 글, 누드 글쓰기 는 사주명리학과 인문의역학을 기반으로 자기구원으로서의 앎과 공부를 위해 함께 공부하는 연구집단인 감이당 에서 진행된 일종의 자기이해&비전탐구 프로젝트 다.

글쓰기의 존재론: 운명의 ‘지도-그리기’_ 고미숙
사주명리학 개요 : 운명의 열쇠를 찾아서_ 안도균

과다 4인방의 누드 글쓰기
절대 반지의 노래 : 비겁과다형 인간이 나가신다_ 손영달
어깨에 힘빼면 동무가 생긴다 : 관성과다형 인간, 그 남자의 사회생활_ 김동철
공동체, 인생역전 프로그램 : 식상과다형 인간의 신체단련과 공부_ 수경
불의 달인, 호모 아그니스 : 재성과다, 어느 대장장이의 일화_ 류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