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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아니다, 우리는 목소리다


최근 들어 페미니즘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다. 페미니즘에 관한 책을 일부러 찾아서 읽은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그런 책들이 내게로 왔고, 읽다 보니 끝까지 읽게 되었다. 책을 읽는 것에 대해서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 잡식성이지만 읽고서 불편한 감정이 드는 책은 가급적 사절한다. 페미니즘에 관한 책도 그런 책들 중의 하나이다. 그런 불편함은 성평등에 대한 나의 생각과는 하등 상관이 없다. 언젠가 읽었던 책 속에서 쏟아진 말들이 흡사 모든 남성을 상대로 전쟁을 하는 것마냥 사나웠고, 거기에 일부 페미니즘단체의 도를 넘은 일베식 표현과 행동이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멈추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이웃 블로거의 추천도 있었지만 내 스스로 선택하여 읽은 책이다.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사람들 모두가 내가 생각했던 그들과 같으리란 생각에서 벗어나, 보통의 사람들이 말하고자 하는 페미니즘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지 혹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비록 딸아이를 키우지는 않지만 어머니나 아내나 누이들, 또는 귀엽기만 한 며느리 역시 이 땅에서 살아온 여성들임에 분명하고, 그들 역시 성평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책을 펼치면 ‘여든 두 명의 용기 있는 여성들과 한 명의 젊은 페미니스트, 그리고 1925년생 이창순씨에게’란 헌사가 있다. 여든 두 명이란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만나 얘기를 들은 여성들의 수이다. 저자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여성혐오,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노동불평등, 데이트폭력 등으로 구분하여 현실 속에 살아 숨쉬는 성불평등을 이야기하고, 이어서 가부장제하에서 살아온 여성들의 삶을 자신의 할머니인 이창순씨의 말을 빌어 전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여성들이 하고 싶은 말, 책 제목처럼 ‘우리는 꽃이 아니라 목소리다’로 결론을 대신하고 있다. 나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성불평등이 가부장제 사회의 전통에서 내려온 것이라 믿고 있다. 조선의 성리학이 부계혈통을 강조한 이래 남성과 여성의 역할과 일은 철저하게 분리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성역할 분담은 어려서부터 교육되어왔고 시도 때도 없이 강조되면서 은연중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았다. 나 역시 어려서부터 누이들에 비해 과도한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아마 집이 풍족하지 못했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족쇄처럼 다가왔다. 가정과 사회 모두가 남자다워야 한다고 요구했기에 나 스스로 남자다워지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못했다. 그렇다고 내가 페미니스트가 되었다거나 여성의 불평등에 대해 눈을 뜬 것은 아니다. 모든 행동이나 어떤 일을 하기에 앞서 남자다운지에 대한 자기검열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불편했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저자는 ‘여성을 대상화하고 소외시키는 여성혐오는 여성을 ‘여자다움’이라는 틀 안에 가두는 것은 물론 남성 역시 ‘남자다움’이라는 억압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만든다’(30쪽)고 말한다. 여성을 멸시함으로써 비로소 남성이 되는 사회, 이는 남성들이 남성다움을 유지해야 한다는 가부장제 사회의 덫이 아닐까 싶다. 그 덫의 반대쪽에 ‘여성다움’이 자리하고 있다. 여성다움의 다른 표현인 예쁘다라는 말은 외모뿐만이 아니라 행동거지 모두에 대한 말이기도 하다. 여성은 자연 그대로 존재해서는 안되며 치장을 통해 아름다워져야만 한다는 의미가 이 말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고, 많은 여성들에게 강요된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여성들이 민 낯을 보이는 것은 큰 실례가 되는 것처럼 여겨졌다. 아마도 그 이면에는 남성은 여성을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바라보고, 여성은 그런 시선에 순응해야 한다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저자가 말하는 노동의 불평등 역시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채용부터 여성의 외모는 경쟁력이 된다. 한때 유행했던 ‘예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말 역시 그러한 세태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기에 곳곳에 유리천장이 위치할 수밖에 없다. 여성은 꽃이라는 인식 앞에서 그녀들이 가진 능력은 그야말로 부차적인 것이 되기 일쑤다. 이처럼 우리사회 곳곳에는 성별에 따른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방법은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 오래 전부터 모든 사람들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무의식을 바꾼다는 것은 어느 누구의 힘만으론 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 노력한다 해도 견고한 전통에 파열음을 내기란 싶지가 않다. 더욱이 성역할이 고정된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 편하게 살아가는 남성들 모두가 성평등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이야기를 통해 말한다. 인어공주가 사랑하는 왕자 곁에서 인간으로 살기 위해 발을 얻는 대신 목소리를 잃었지만, 인어가 실제로 잃은 것은 목소리가 아니라 발언할 권리 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는 목소리다’라고 말하는 것 일 게다. 부단히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때, 견고했던 성은 하나 둘 무너져 내리고, 비로소 우리는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되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았다. 어려서는 물론 철이 들고나서 명절 때 차례나 제사를 지내기 위해 큰집에 가서 보았던 풍경들, 결혼 후 친지들이 집에 찾아 왔을 때 똑같이 반복되던 풍경들,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보고 겪은 성불평등의 모습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그런 풍경들을 보아오면서 나 또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남성다움’과 ‘편함’에 안주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나를 돌아본다는것, 그것이 바로 페미니즘의 출발점이 아닐까 싶다. 책 말미에 록산 게이가 말한 ‘페미니즘은 어떤 대단한 사상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의 성평등’이란 글이 나온다. 그녀는 그러기 위해서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물론 그녀의 말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지만, 이 땅의 많은 여성들이 스스로 말하고 또 자신과 다른 많은 사람들을 포용할 때 불편하고 두려워 페미니스트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을 그 길로 이끌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또한 그 길이 가부장적 사회질서에 균열을 낼 수 있으며, 남성들에게 ‘남성다움’이란 족쇄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불편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우리들은 꽃이 아니라는 그녀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길 기대해본다.
I refuse to be a flower! 나는 꽃이 되기를 거부한다! 여성들은 곧잘 ‘꽃’에 비유되곤 한다. 하지만 ‘여성=꽃’이라는 공식은 여성을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여성들에게도 목소리가 있다는 것, 여성들도 주체가 되어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자주 무시된다. 하지만 이 책에 목소리로 기록된 여성들은 제목 그대로 여성들이 우리는 관상용 꽃이 아니다, 목소리를 가지고 우리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인간이다 라고 선언하고 있다. 저자는 여성들이 자신들을 옭아매는 사회구조의 거대한 압박 속에서 내지르는 비명 소리에 귀 기울이다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현대의 여성들은 유능하면서도 아름다워야 하며, 동시에 남성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모순적인 압력을 받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압력 속에서 살아남은 여성들에게는 ‘개념녀’라는 훈장이 주어지지만 그렇지 못한 여성들은 ‘된장녀’, 김치녀’, ‘김여사’, ‘맘충’ 등으로 여성을 비난하기 위해 범주화되고 고안된 틀 안에 구겨넣어진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만난 여성들은 총 82명, 녹음어플에 기록된 인터뷰 소요시간은 무려 14,524분, 녹취록을 푼 문서의 분량은 A4용지로 4,026매에 달한다. 이 엄청난 양의 목소리들이 입을 모아 말하고 있는 것은 단 하나, 놀랍고 단순하게도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이다. 말하기는 여성들의 무기입니다. 여성들은 앞으로도 계속 말해야 합니다. 눈치 보지 말고 목소리 낮추지도 말고요. 우리의 말하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고 우리의 목소리는 담장을 넘을 것입니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고, 연대할 수 있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말하기는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 꽃이 아니다, 우리는 목소리다 북트레일러 중에서

프롤로그 |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1장 | ‘여자’라서 죽었다
여자들이 나를 무시한다
남자는 여성혐오를 통해 ‘진짜’ 남자가 된다
여자들에겐 그렇게 해도 된다
단톡방의 ‘섹드립’과 언어 성폭력
성폭력은 어디서든 일어난다
그러니까 네가 조심을 했어야지
‘여성’ 대통령을 향한 여성혐오

2장 | 여자답게 아름답게
여자답게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여자답게 행동해 vs 여자처럼 굴지 마
여자들을 향한 ‘예쁘게’라는 명령
남자에게는 여자의 외모를 평가할 권리가 있다
아름다움 말고는 필요없다
외모에 자신 있는 분을 모십니다
성공하고 싶다면 예뻐져야 한다

3장 | 아직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은 깨지지 않았다
언젠가, 누군가는 유리천장을 깨트릴 것이다
야망과 실패, 의구심과 가능성의 역사
피라미드의 꼭대기에는 여성이 없다
아들보다 똑똑한 딸들, ‘알파걸’의 등장
똑똑한 여자들은 왜 공무원이 되려고 할까
학교에 남자 롤모델이 없다
저는 감정을 파는 사람입니다
그들이 자판기 청소를 하는 이유
임금 피라미드 맨 아래칸의 늙은 여자
여성들에겐 돌아갈 일자리가 없다

4장 | 우리는 누군가의 ‘쌍년’이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나는 그 시절 누군가의 ‘쌍년’이었다
연애가 끝나고 그녀가 잃은 것들
‘인기 많아서 좋겠다’라는 착각
정신을 파괴하는 무서운 폭력, 가스라이팅
구애와 스토킹, 그 가까운 거리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일어나는 폭력들
사랑으로 시작해 살인으로 끝난다
잠시 이성을 잃었을 뿐이야
가장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강간
우리가 말하지 않는 이야기

5장 |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1925년생 이창순 씨 이야기
여성들에겐 돌아갈 집이 없다
남성들의 명절, 여성들의 노동력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전쟁, 남편은 없다
누가 어머니를 불행하게 했을까
너는 엄마처럼 살면 안 돼

6장 | 말하는 여자들이 세상을 바꾼다
여자들의 이야기도 역사가 될 수 있다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
혐오에 혐오로 맞선 메갈리아
거리에서 외치기 시작한 여성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참고문헌

 

진리는 나의 빛

중학교 시절에 서울대학교를 입학한 학생들의 수기를 엮은 라는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그 학생들이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공부를 해서 서울대까지 가게 되었는지를 적어놓은 책이었다. 이 책은 내게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알려주는 역할을 했었다.그리고 어른이 되서 접한 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해서 말해주었다.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주요 요직에서 그 역할을 다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자신이 대학생활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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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ezus and Ramona

라모나 시리즈 8 권 중에 첫 작품이 이 "Beezus and Ramona"입니다. 크윔비씨네 두 딸, 비주스(10살)와 라모나(7살)는 못말리는 사고뭉치와불만 좀 있는언니입니다. 상상력 풍부한 우리 라모나가 언니에게 못잊을큰 사고를 칩니다. 이 시리즈는 라모나가 10살이 될 때까지 계속 이어지는데요. 어엿한 숙녀로 크가면서, 맘씀씀이가 넓게 자라나는과정을 엿보는 게마냥 즐겁습니다. 처음엔 쉬운 영어로 시작하지만, 라모나 나이가 올라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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