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해인 수녀의 정겨운 시에 백지혜 작가의 고운 그림이 더해진 시그림책이다. 시인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비유와 동양화가만이 할 수 있는 섬세한 묘사 덕분에 책을 볼 때마다 온갖 열매가 영글어 가는 여름 텃밭에 온 것 마냥 마음이 보들보들해진다. ‘비 온 뒤 밭에 나가니 땅속을 몰래 빠져나온 아기 홍당무가 흙 묻은 얼굴로 웃고 있다가나에게 들켜서 얼굴이 빨개졌습니다.’이 책에서 가장 어여쁜 구절.
밭이 들려주는 흙의 노래를 들어볼래?
밭의 노래 는 이해인 수녀의 시로 만든 첫 그림책입니다. 이해인 수녀는 어른들을 위한 시로 많이 알려졌지만, 처음 발표한 시는 ‘동시’입니다. 1970년 어린이 잡지 소년 에 동시 하늘, 아침 등이 추천되어 시인으로 등단했지요. 밭노래라는 시는 생전에 동화작가 정채봉 씨가 이해인 수녀의 동시 중 가장 좋아하는 동시로 꼽았던 것으로, 밭에 나가면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채소와 식물, 곤충들을 정겹게 그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해인 수녀가 몸담고 있는 수녀원에서는 각자의 텃밭을 만들어 이름을 붙이고 돌본다고 합니다. 이해인 수녀의 밭 이름은 ‘꽃구름밭’이라고요. 공동으로 밭일을 할 때마다 시인은 젖이 많은 엄마처럼 수많은 농작물들을 먹여 살리는 밭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되었고, 흙을 비옥하게 하는 지렁이나 굼벵이도 징그럽다기보다는 고맙고 정겹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러한 마음이 이 시에는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밭의 노래 는 식탁에 올라오는 채소와 열매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궁금한 어린이부터 어린 시절 보았던 밭의 풍경이 그리운 어른까지 함께 읽으며 배우고 공감할 수 있는 책입니다. 시인은 밭 가까이 살기가 어려운 요즘 사람들이 간접적으로나마 밭의 풍경을 보고 느끼며, 밭을 터전으로 자라나는 작은 생명들의 소중함을 새롭게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상추, 쑥갓, 무, 배추, 감자, 호박, 당근, 오이 등 흙냄새 나는 이름들을 하나씩 불러 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움, 놀라움, 고마움의 빛이 마음을 가득 채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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